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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벅찬 본부 점거가 끝나고 무력한 여름방학이 지나갔다. 2학기가 시작하고 나서 관악은 대 법인화 투쟁의 재개를 선언했고, 총학생회는 동맹휴업이라는 전술을 내놓았고, 거기까지 가는 길에 원탁회의와 미션×2 같은 전술들이 배치되었다. 그 와중에 법대 오준규 학우는 정문 꼭대기에 올라 법인화 법 철회를 외치며 농성했고, 대 법인화 투쟁의 향방을 둘러싼 전학대회에서의 논쟁도 벌어졌다. 이 글은 전학대회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현재까지의 흐름과 전학대회 의결사항에 대해, 국외자의 시선으로 던지는 하나의 비평이다.


1. 동맹휴업 - 전술상의 문제


역사적으로 동맹휴업은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뜻을 알리고 관철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고도의 투쟁 기법으로, 많은 역사적 발자취를 남겨 왔다. 이는 공장을 멈춰 세상을 바꾼다는 파업의 정치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기존 질서의 작동을 거부한다는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가장 최근의 동맹휴업 기록인 2003년 이라크전 반대 동맹휴업의 경우 전 사회적으로 엄청난 이슈를 불러오기도 했다.

사실상 학내에서 시도할 수 있는 가장 과격한 투쟁방식 중 하나인 본부 점거라는 카드를 이미 소모해버린 상황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지도부가 동맹휴업이라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은 거의 필연과도 같은 것이다. 무릇 투쟁의 전술 배치에 있어서 허용되는 것은 오직 상승 뿐이며, 전술상의 후퇴는 사실상 전략상의 후퇴와 동일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맹휴업이라는 전술 그 자체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던가 너무 과격하다던가 하는 입장을 가지는 자들은 실질적으로 대 법인화 투쟁 그 자체를 포기하자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동맹휴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도부가 전술상의 문제를 내비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도부의 연속적인 전술 오류로 인해 동맹휴업 전술은 현재 식물화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지적해야 하는 것은 동맹휴업 자체의 의의와 형태를 어떤 방식으로든 최소화하려 애쓴 지도부의 이율배반적 태도이다. 총학생회는 동맹휴업을 28일 하루 일정으로 국한시켰고, 학우 대중에 대한 선전 과정에서 이를 29일/30일로 이어질 학외 투쟁에의 교두보 정도로 평가절하했다.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투쟁 방식을 낮은 차원의 투쟁으로 정체화하고 종속시킨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먼저 학우 대중에게 동맹휴업을 대체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을 시키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동맹휴업의 대중적 참여를 가로막게 된다. 사실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있어 수업을 거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결단을 통해 실천한 일이 아무 것도 아니고 단순히 더 큰 데모판을 나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내가 굳이 그런 판에 수업까지 빠져가면서 나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총학생회가 내거는 구호에선 '학교를 멈춰서 세상을 바꾸자'고 선전하고 있지만, 전술 상에서 동맹휴업이 가지는 정치적 강제력 자체가 전혀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공문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과 실제의 격차는 학우 대중에게 무력감을 선사하고, 결국 학교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만을 강화시킨다.

물론 그렇다고 80년대처럼 동맹휴업을 일 주일 혹은 한 달씩 끌고 갈 수는 없다. 또한 학내에서 모아낸 힘을 학외로 표출하는 것으로 전술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도 대원칙 상에서 옳다. 문제는 이러한 대원칙이 아니라 구체적인 각론이다. 동맹휴업이 하루가 무리라면 2일, 3일만이라도, 최소한 시각적으로라도 연속성 있게 전술을 배치했어야 한다. 대중적으로 2~3일에 걸친 전일 휴업이 무리라면 돌아가면서 최대한 참여할 수 있을만큼 참여해 달라고 호소를 하던지, 아니면 휴업 자체의 강도(예를 들면 수업에 불참하는 시간, 형태)를 단계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고점에 다다르도록 의도한 날짜에 역량이 폭발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도 좋았다. 동맹휴업 대오를 학외로 이끌어 나가는 흐름에 있어서도 단순히 동맹휴업을 교두보로 격하시킴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왜 휴업하는지를 사회와 국회에 알려야 한다는 식으로 선전했어야 한다. 요는 어떤 방식으로든 동맹휴업이 가지는 자체의 폭발력을 선전상에 있어 고평가하고, 그에 맞춰 전술적으로도 폭발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맹휴업까지 이끌어가는 과정에서의 전술배치 역시 나이브하기 그지없다. 원탁회의나 미션×2와 같은 형태의 전술은 본부점거 과정에서 드러난 개별 학우들의 창발성에 기대는 형태의 전술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전술을 배치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오직 이 전술들만 있었다는 것이다. 고전적인 형태의 조직선을 통한 선전과 결집, 그리고 그 표현으로서의 집회는 보기엔 구려 보일지 몰라도 저항의 실재성을 감각적으로 나타내기엔 최선의 방책이다. 그러나 지도부는 9월 28일까지의 과정에서 단 한 번의 학내집회도 주최하지 않았고, 기층단위를 중심으로 한 집중선전전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즉 사실상 학내 대중들에게 있어 본부점거가 끝난 날부터 오준규 학우가 정문 농성에 들어간 날까지 대 법인화 투쟁은 눈에 보이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개별 학우들의 창발성과 기존 조직선이 포괄하지 못하는 대중들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진다. 지도부는 이벤트성 전술을 통해 학우들의 이목을 모을 선정적인 기획만 내놓았지, 실제로 본부점거 기간 동안 형성된 탈-학생회 체계적 관심과 집단에 대한 어떠한 소통도 시도하지 않았다. 원자모임이나 반지성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이러한 집단화 흐름에 대해 학생회와 소통 창구를 열고 관계를 지속화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벤트를 기획하고 참여할 사람은 연락하라고 핸드폰 번호를 찍어놓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이러한 기존의 오류들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마련한 것이 오준규 학우의 정문 농성이었다. 당시 다른 곳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 전술은 그 동안 불가시화되어 있던 대 법인화 투쟁을 가시화시키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으며, 공간적 명료함과 정치적 상징성이 충분했다. 마땅히 총학생회는 조직 전체의 역량을 집중하여 농성을 방어하고, 농성자의 건강과 투쟁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계획을 내놓았어야 한다. 사안의 중차대함으로 봤을 땐 전학대회를 정문에서 진행하는 정도의 결의까지도 보였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를 통해 투쟁을 다시 실물화시키고, 학우 대중을 농성을 구심점으로 하여 모아내었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지도부는 22일 저녁엔 학내 다른 곳에서 전학대회를 진행하며 무의미한 논전(이 평가에 대해선 후술)을 벌였고, 23일 낮엔 밤샘 전학대회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정문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으며, 23일 저녁엔 다른 곳에 연대를 가야 한다는 이유로 약식 문화제마저 방기했다. 그 결과 투쟁의 불씨가 될 수 있었던 농성은 이틀만에 안타깝게도 막을 내려야 했으며 오준규 학우는 응급실에 실려가야 했던 것이다.

결국 이런 전술적 오류들을 통해 드러난 것이 원탁회의 참여자 중 40%가 '무력하다'고 답한 결과이다. 지도부는 우리가 어떻게 승리로 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전술적으로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학생들의 참여를 평가절하하고 의례적인 과정에 가두어놓고 있는 것이 현 지도부의 실태이다.


2. 전학대회 - 전략상의 문제


문제는 전술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략상에도 있다. 전략상에서의 혼란은 전학대회에서 벌어진 소모적인 노선 논쟁에서 그 실체를 드러냈다. 본문에서 문제삼고 있는 것은 2011년 하반기 전학대회 논의 및 의결안건(2)의 두 번째,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한 부분이다.

여기에서 논의에 부쳐진 입장은 두 가지다. 앞으로의 대 법인화 투쟁에 있어서 노선상의 초점을 법인화 법 폐기에 놓고 갈 것인가(1안), 설립준비위 참여 및 학내 민주주의 쟁취에 놓고 갈 것인가(2안)이다. 현재 1안은 인터넷 상에 공개되어 있지만 2안은 공개되어 있지 않아 그 전문을 읽을 수 없는데, 속기록에서의 논쟁을 통해 2안의 입장과 논리 구조를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는 있다.

2안을 내놓은 법대 학생회장 홍준기 학우는 속기록상에서 "(비상총회의) 총의가 일방적으로 해석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2안 상정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의결안건은 전학대회의 상위기구인 비상총회의 의결사항 및 총의를 해석하는 방향에 대한 것이 된다. 그런데 같은 속기록상에서 법대 학생회장은 "기본적으로 법인화법 폐기 가능성의 전망을 바라보지 못하는 학우들도 대학 통제권 맥락을 꺼내게 되면 최소한 이 투쟁을 같이 함으로써 대학통제권 쟁취를 할 수 있겠다"고도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안건은 향후 투쟁의 대중적 참여를 담보하기 위한, 다분히 전술상의 논쟁이 된다. 전학대회에서의 논쟁은 이 두 차원의 논쟁이 뒤섞여 정리되지 않음으로 인해 전적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총의의 포괄적 해석과 전술의 대중화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논의의 과정에선 개념적으로 다른 문제는 확실히 따로 논의해 줘야 논의상의 혼란이 발생하지 않는 법이다. 저 두 차원을 뒤섞은 상태로 얘기하면 결국 총의의 해석이 전술상의 편의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시 말해 진정한 총의의 본질을 논리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투쟁을 더 편하게(혹은 덜 욕먹게) 진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총의를 '선언'하는 방식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속기록상의 논의는 계속해서 1안과 2안이 제출된 동맹휴업 전술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로 가득하다. 실제 비상총회에서의 총의 자체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이러한 기술상의 문제를 떠나서도, 2안은 그 자체로서도 상당히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전략이다. 2안 발의자 자신이 "학생의 대학 통제권 쟁취 맥락에서 학생 이사 등도 받을 수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외부인사 개입이 커질 것이 뻔해서 대학의 자율성도 훼손되고 있는데, 학생이 여기서 참여함으로써 대학 통제권이 강해져야 하고 그러려면 법인화법 폐기가 필요하다, 이런 최종 목표를 같이 공유한다는 점에서 같이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렇게 본다면 대체 1안과 2안의 차이가 무엇인가? 논리적으로 보면 위 발언은 결국 학내 민주주의와 학생 통제권의 문제가 법인화 법 폐기에 종속된 요소라는 것을 규정하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결국 비상총회의 총의와 향후 투쟁 방향은 법인화 법 폐기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학생 통제권이라는 '표현'으로 '순화'시켜서 대중적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은 원칙이나 진실과 상관없는 단순한 정치공학, 혹은 격하게 표현하면 학우 대중에 대한 기만에 불과하다.

애초에 논점이 이와 같이 '어떻게 동맹휴업에 더 후진적인 대중 부분까지도 끌어들일 것인가' 같은 정치공학적 문제에 맞춰져 있다면 이는 전학대회에서 절대 논의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치공학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것이 공개된 회의(그것도 명목상 학내 전체 기층을 포괄하는 회의)에서 다루어진다는 것은 정치공학 상에 있어서도 파산이다. 밀실에서 지도부가 현명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를 끄집어 낸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속기록 상에 나오는 대표자들의 발언도 가관이다. 대중이 현재 무기력하다느니 지도부가 그 동안 열심히 안 해서 이미 학생들은 법인화 법 폐기의 전망을 잃어버렸다느니 하는 말이 전학대회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인가? 국회에서 법안을 상정할 때 의원들이 아직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못 했다느니 국민의식이 아직 여기까지 못 왔다느니 하는 얘길 하는 걸 상상해보자. 얼마나 코미디인가?

결국 이는 전술과 전략이라는 상이한 차원을 뒤섞고, 이에 따라 대표자들과 대중에게 혼란만을 안겨주게 된다. 투쟁의 전략은 우리가 우리의 이익을 위해 목표로 해야 하는 거시적인 로드맵이고, 전술은 그 목표를 향한 길을 걷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체크포인트의 설정이다. 따라서 전략에 있어서의 논의는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지, 그 이익이 현실의 어떤 조건과 결부되어 있는지, 그 조건을 포괄하는 단일한 의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해명이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할 뿐이다. 하지만 전학대회에서의 논의는 여기에 전술의 문제를 뒤섞음으로써 결국 우리의 이익도 그에 결부된 조건도 불명확하다. 우리가 현 투쟁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우리의 이익이 학생 통제권인가? 아니면 그 통제권을 이용해 만들고자 하는 자유로운 대학인가? 그에 결부된 조건이 설립위의 학생대표 배제인가? 아니면 법인화 법 그 자체인가? 이는 논리적으로 분석해야 할 문제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가 아닌데, 전학대회는 전략을 현실적으로 고려함을 통해 결과적으로 우리의 이익을 현실적인 선에서 멈추라고 (전략상에서) 요구하는 형태를 만들고 말았다.

2안 발의자 자신이 말했듯 학생 통제권이라는 이슈조차 현재 상정된 법인화 법에 얽매여 있다. 현재의 법인화 법이 통과되고 그것이 법률에 따라 구성되면 이미 학생 통제권은 물 건너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 상에서 우리의 이익은 당연히 법인화 법 철폐에 있지 학생 통제권 확보에 있지 않다. 이 기본적인 벤 다이어그램 상의 포함 관계도 모르는 대표자들 덕분에 관악의 하반기 대 법인화 법 투쟁은 큰 질곡에 빠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문제에서 가장 우스운 점은 지도부가 전략과 전술 차원의 혼란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점인데, 분명 전학대회에서 공식적으로 2안, 즉 향후 투쟁의 방향을 학생 통제권 쟁취에 놓고 가자고 의결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술상에서는 전학대회 이후 대 국회 투쟁으로 나아간다는 로드맵이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략적 목표가 학생 통제권이요 학내 민주주의인데 대체 대 국회 투쟁을 왜 해야 하는가? 현재의 법인화 법이 외부 이사의 통제권을 과도하게 부여하고 있기 때문인가? 학내에서 추진위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고 법률보다 하위에 있는 세칙상으로도 학생 통제권을 확보 못 하고 있는데 대 국회 투쟁이 (상기 전략 하에서 볼 때) 전술적으로 옳은 선택인가? 애초에 학내에서 학내 민주주의를 확보 못 하는 상황이라면 대체 어떻게 학내 민주주의 쟁취가 전략 목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기초적인 차원에서의 모순까지 명백한 상황에서 과연 향후 투쟁에 있어 학우 대중을 설득하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3. 소결 - 향후 대 법인화 법 투쟁을 위한 제언


분명 총학생회의 판단대로, 현 10월 국회를 넘기면 당분간 대 법인화 법 투쟁의 대중적 국면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일단 한 번 발효된 법안을 철회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며, 그 철회를 위한 투쟁 와중에도 법률에 따른 집행은 착착 진행되어 결국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갈 수도 있다. 따라서 법안 철회의 필요성이 대중적으로 공유된 지금 시점이 어떻게 보면 실질적으로 국립 서울대학교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논의한 여러 오류들의 누적 결과, 냉정하게 봤을 때 투쟁의 향방은 상당히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대중의 무력감은 금방 기층 활동가들에게 전염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동맹휴업을 이틀 앞둔 이 시점에서 될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으로 기층 대중 조직을 사실상 방기한 기층 대표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맹휴업 자체에 대한 대중적 반응도 그리 좋지 않아, 과연 이것을 실질적인 대 국회 투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도 팽배해 있다.

하지만 분명 마지막 순간까지 투쟁은 패배한 것이 아니다. 현실의 정치과정은 단순하게 도표화될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이며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지금까지의 오류 때문에 어려워진 투쟁을 방기하겠다는 것은 그저 지금까지의 오류 위에 더 많은 오류를 누적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일단 향후 투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투쟁 그 자체를 가시화시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동맹휴업을 성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대 국회 투쟁과 병행하여 학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대 법인화 법 투쟁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 내야 한다. 이 가시화 작업에 있어 가장 쉬운 방법은 공간적/시각적으로 명확한 구심점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것이 천막농성이건 단식투쟁이건 상설집회건 뭐든 좋다. 구체적인 것은 지도부가 전술적으로 잘 판단할 일이다.

또한 빠른 시일 내에 전략과 전술에 있어서의 혼란을 바로잡고 명확한 투쟁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10월 국회를 넘기면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차피 그 짧은 시간 동안 국회 앞에 투신하는 것 이외에 뭘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우리는 승리를 목표하면서도 동시에 패배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10월 국회에서 법인화 법을 폐기시켜내지 못했을 때, 다시 다음 정기 국회까지 혹은 실질적인 추진위 활동 시점까지 반대 여론과 동력을 온존시켜 나가기 위해선 장기적인 계획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사회의 여론을 선도한다는 지도부가 그 '지도'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정치에 있어서 지도란 단순히 사람들에게 이리 모여라 저리로 가자 지시하는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대중들의 모순적인 욕망을 명확한 논리와 언어로 정리하고, 그 정리한 것을 그들 자신에게 의제라는 형태로 돌려주는 과정이다. 즉 대중정치에 있어서의 지도란 간접적인 것이며 교육자 자신이 교육받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이해 없이 단순히 대중의 날것 그대로의 욕망을 뒤치다꺼리 하기에 급급하거나, 자의적으로 대중을 재단하여 '이것이 가장 대중적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일선에서 우리 모두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대표자들과 간부들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필자가 국외자라는 이유로 내부에서의 여러 갈등과 아픔, 어려움을 다 알아주지 못해 부분적으로는 과하게 비난한 부분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혹여나 상처가 되었다면 사과드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역사는 여러분의 아픔을 기억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는 역사적 싸움에서 여러분이 처한 위치와 막중한 책임을 부디 자각해주길 바라며, 앞으로의 건투를 빌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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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잉여좌파